작년 송구 영신 예배가 생각난다. 양재동 온누리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었다. 옆자리엔 친구들이 있었고, 앞자리엔 몇몇 연예인들이 앉아있었다. 누군가는 얼굴을 한 번에 알아보기 어려웠고, 다른 누군가는 내내 엎드려서 자고 있었다.
하용조 목사님은 기독교인 대통령이 나왔다고. 이제 '우리에게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난 속으로 그럼 김영삼은? 이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무튼 목사님은 심각한 얼굴로 앞으로 우리가 잘 해야 한다는 말을 반복했었던 것 같다. 예배 마지막엔 늘 하던대로 애국가를 불렀다. 할 때마다 이해가 가지 않는 순서. (한국교회는 참으로 정치적이다.) 화면에 역대 대통령들이 나오고 있었는데, 아직 취임도 하지 않은 이명박 당선인이 삽질하는 장면이 나와 식겁했던 기억이 난다.
몇 년 전 장충체육관에서 있었던 제목이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아무튼 '어게인 1907'이 테마였던 철야기도회도 생각난다. 새벽이 되어 모든 순서가 끝날 무렵 주최측에서 말했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하나님께 서울시를 봉헌하는 순서가 있겠습니다. 나는 별 생각이 없었다. 이명박이 크리스천이었어? 하는 마음으로 보고 있었던 것 같다(무엇보다 졸려서 정신이 없었다). 그는 단상에서 무언가 중얼중얼 읽다가 '..봉헌합니다!' 로 마무리를 했던 것 같다. 환호성이 울려퍼지고, 이명박씨는 두손을 흔들며 단상을 내려가고 있었는데 그 모양새가 굉장히 생색내는 느낌이어서 불쾌했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2007년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평양 대부흥 100주년이라며 기독교 전체적으로 100주년이니깐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지 않을까? 이런 기대감이 만발했지만 당연히 하나님은 그런 기대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있는 분이 아니다. 100주년이라고 뭔가 기대하는 건 영적인 것도 아니고 기독교적인 것도 아니고 그냥 미신일 뿐이다.
대부흥이 일어나는 대신 찾아왔던 일은 대선이었던 것 같다. 이명박 '장로님' 당선.
그 후로 보게 되는 것은, 이 꼴이다.
2008년을 지나면서 한국 기독교에 갖고 있었던 믿음 같은 것들이 모조리 무너져내렸던 것 같다. 장로가 대통령이고 주위 사람이 고소영이라 불리는데 벌어지는 일들이 이런 식이라면, 적어도 보수교회라고 불리우는 한국의 기독교는 기독교가 아니라고 볼 수 밖에 없었다. 빛과 소금은 커녕 바이러스와 암세포에 가까웠다.
작년 1월에 온누리에서 나왔다. 안산에서 다문화 교회를 다니게 되었다. 1년이 조금 넘는 기간동안 내내 하고 있는 질문은 진실로 크리스천이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솔직히 아직도 모르겠다. 믿으면 구원받는다고 배웠다. 하지만 구원받은 자녀들이 바알의 자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지금 기성 세대인 분들이 예전 세대라서 어쩔 수 없는 건가 생각도 해 보았다. 대학부때 생활을 돌이켜보면 그렇지도 않다. 지금 젊은 크리스천들이 대학부에서 가장 많이 듣는 얘기는 아마도 리더가 되라는 얘기일 것이다. 좋은 얘기다. 하지만 리더가 되랍시고 모델로 보여주는 사람들을 보면 결국 상위계급이 되라는 얘기일 뿐이다. '나중에 돈 벌어서 하나님 일 하겠습니다' 의 여러가지 베리에이션 중 하나일 뿐이다. 세상도 얻고 하나님도 얻으라는 얘기다. 이런 걸 어불성설이라고 한다.
이 땅의 기독교는 실패했다고 보는 것이 정직한 반응일 것 같다. 혹시 일반화일 수 있으니 개인적인 결론이라고 해두자. 아무튼 이 상황에서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 이 땅에서 믿음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여기에 대답해야 한다. 뭉뚱그리지 말자.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여기에 대답해야 한다.